아버지와 아들에게
일병 때였다.
연대 급의 큰 훈련이 있는 기간이라 부대 안은 정적이 흘렀다. 나는 ‘사격장 관리병’이어서 사격장을 지키는 임무를 다 하기 위해 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부대에 잔류했다.
훈련 기간에 힘든 훈련 받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었지만....이야기할 사람도 없고, PX도 없고, 모든 문 다 잠겨 있고, TV도 나오지 않는 내무실에서 일주일간 혼자 잠자고 혼자 밥 먹는 일은 정말 고역이었다.
사격장 일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한 오후 5시 경.너무 외로워서 공중전화 BOX로 갔다.
어디에....누구에게 전화를 할까 한참 고민했다. 평소 전화 통화를 즐기지 않던 터라....누구에게 전화를 걸지 결정하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결국 그렇게 고민 뒤에 결정한 곳이....집이었다.
‘뚜....뚜....’
한참 신호가 갔다.
“여보세요.”
의외였다. 아버지 목소리였다.
나의 과묵함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성격이다.
“저예요, 영진이....”
“아, 그래. 잘 지내고 있냐?”
“예, 잘 지내고 있어요.”
“엄마는 지금 집에 없다.”
“어디 갔어요?”
“부녀회에서 어디 놀러 갔어.”
“할머니랑 누나들은 다 있죠?”
“그래....다 잘 있어.”
“....”
얼마간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과묵한 두 사람의 전화 통화는 언제나 어색한 침묵이 동반되기 일쑤였다.
“....”
“다음에 다시 전화할게요.”
“....그래.”
“끊을 게요.”
“....”
대답이 없으셨다.
대답을 기다리며 그렇게 얼마간 수화기를 그대로 들고 있었다. 왠지....그냥 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때였다. 침묵을 깨고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진아.”
아버지의 목소리가 약간 이상했다. 울먹이시는 듯한....
“영진아. 많이 힘들지? 어쩌겠니....미안하다. 남들처럼 잘해주지도 못했는데....”
울고 계셨다.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전 괜찮아요.”
“그래....조금만 참아라. 미안하다....끊는다.”
그리곤 조심스레 전화를 끊으셨다.
친구들에게 돌아가며 모두 전화를 하려고 했었지만, 한참동안 공중전화 앞에 서 있다가 아무도 없는 내무실로 돌아왔다. 그 날은 적막한 내무실이 무섭지도 않았고, 잠도 오지 않았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기억의 단편’)
세상의 나이 든 대부분의 아버지는 자식 앞에 말이 없다. 아니 말을 제대로 할 줄 모른다. ‘남자는 말이 많으면 못 쓴다’라는 시대를 살았던 그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그래온 습관이다. 자연스레 그 자식들도, 특히나 아들들은 아버지와 마주 서면 말수가 적어진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자신의 깊은 사랑을 보여주는 데 실패하게 되고, 아들들은 아버지의 깊은 속을 들여다보는 데 미숙해지고 만다. 세상의 아들들이여, ‘아버지의 입’을 보지 말고 ‘아버지의 마음속’을 보라! 필자가 단언컨대 이 세상의 아버지로써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 아버지는 없다. 다만 아버지는 보여주지 못하고 아들은 보지 못할 뿐이다.
말은 머리로 전달된다. 그래서 머리로 이해한다. 그러나 눈물은 가슴으로 전달된다. 그래서 가슴으로 느낀다. 대화법에 문외한이라 말문이 잘 터지지 않는 아버지, 그래서 아들에게 진심이 잘 전달되지 않아 애타는 아버지가 있다면 자꾸 말에만 매달리지 말고 이 아버지처럼 솔직하게 눈물을 흘려보라. 그러면 그 아들도 이 아들처럼 가슴이 먹먹해지고 혼자 있는 깊은 밤이 외롭지 않은, 그런 느낌을 경험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사랑이 의심스럽고 아버지와 대화가 안 되서 답답한 아들이 있다면 자존심 세우지 말고 아버지 앞에서 먼저 울어라. 그러면 반드시 아버지의 뜨거운 사랑의 눈물을 보게 될 것이다. 죽은 뒤에 통곡을 해 본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행복한 동행> 7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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